인재를 놓치기 싫은 회사는 재택·유연근무를 시작했다

2020. 06. 18 | 보도자료

아시아경제·서울시 공동기획 [워라밸2.0 시대로]

‘워라밸 강소기업’ _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디딤365’

회사 성장하던 시기 직원들 결혼·출산

서울시 컨설팅 받아 제도 정비 하기로

“아빠, 오늘 출장 가?”

재택근무 6년 차인 이정호 디딤365 기업부설연구소 부장의 출근은 가족들 사이에서 출장으로 불린다. 주 5일의 근무일 중 2~3일을 집에서 근무하는 아빠의 회사 출근이 두 딸에겐 낯설다. 이 부장은 “둘째 아이는 자기 친구들의 아빠가 매일 회사에 가는 것을 신기해할 정도”라며 “매일 왕복 2~3시간이 걸려 출퇴근했다면 아이들에게 그만큼 신경을 못 썼을 텐데 아이들 옆에 있어줄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경기 용인시에 살고 있는 이 부장은 2015년부터 특정 요일을 정해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업무에만 집중하기 위해 근무 시작 전 옷을 갈아입고 오전 9시에 따로 마련된 방에 들어간다. 오후 6시까지 근무하지만 아침과 점심, 저녁 식사는 가족과 함께한다. 이 부장이 근무하는 디딤365는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클라우드 서비스업체다. 70여명이 근무하는 중소기업이다.

디딤365 전 직원이 광명 구름산을 트레킹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회사에선 ‘셧다운(shut downㆍ일시적 업무정지)’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마련해놨지만 근무 형태를 바꾸지 않았다. 이 부장의 경우 달라진 점은 주 2~3회 재택근무가 주 3회로 고정됐다는 것이다. 이 밖엔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다. 회사 내부에서도 5년여 전부터 이 부장이 재택근무를 시행해오고 있어 회상회의나 전화 보고 등이 익숙하다. 이 부장 외에 본부장급 1명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이 부장은 재택근무 시행 초기 근무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근태를 시스템화하고 휴가나 비용, 외근 결제를 모두 자동화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는 “주 5일 근무를 하지 못해 가끔 신입 사원들과 친해지지 못한다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불필요한 회의는 줄이고 문서로 정확히 정리해서 보고받다 보니 누락될 수 있는 것도 꼼꼼하게 챙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 조정 등 명문화

직원 민원접수 ‘행복지원실’ 신설

근속연수 길어지고 매출 실적도 늘어

회사 설립 초기인 2005년부터 일생활균형제도가 갖춰져 있던 것은 아니다. 설립 후 10여년간 회사가 성장하면서 미혼이던 직원들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두게 되자 변화가 필요했다. 기존 제도에 따르면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처한 직원들도 생겨났다. 특히 여성의 경우 압박이 심했다. 외부에 전적으로 아이를 맡기거나, 본인이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둬야 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인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갈 것인지 선택을 해야 했다. 내부적으로 고민이 깊어지던 시기, 서울시 일생활균형지원센터의 컨설팅을 받아 제도를 정비했다. 유연근무제를 통해 재택근무를 하거나 1시간 간격으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명문화해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출퇴근하도록 조정했다. 육아 외에 학업, 해외 거래처와의 시차 등도 유연근무 사유로 인정받았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관리직까지 오른 김유정 경영지원실장은 유연근무제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본인은 없었을 것이라 단언한다. 김 실장은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마땅히 없어 이전 직장을 그만두고 쉬다가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했다”며 “하루 2~3시간만 일을 하다가 1시간씩 늘려나갔다”고 설명했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일을 그만둘까 싶었지만 유연근무제를 통해 아이를 등교시키고 나서 출근하고 오후 4시에 퇴근해 아이를 직접 데리러 갔다. 김 실장은 “근무시간이 단축된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는 일도 전혀 없고 부서 직원들도 지지해준다”면서 “이미 회사 문화로 자리 잡았고, 대부분 ‘나도 결혼하면 이렇게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다녀서 근속연수도 4~5년으로 긴 편”이라고 강조했다.

​매출 100억원 달성 기념식에서 장기 근속자들과 장민호 디딤365 대표이사(오른쪽)가 케이크 자르기를 하고 있다.

올해 1월 아이가 태어난 최창환 시스템통합운영센터 팀장은 출근시간을 한 시간 늦춘 유연근무제를 쓰고 있다. 최 팀장은 “제가 회사에서 처음으로 결혼을 했고 출산휴가까지 썼는데 대표님이나 운영센터장님이 ‘시작해줘서 고맙다, 네 덕분에 운영센터는 일만 하는 조직이라는 인식이 바뀌고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들도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줘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24시간 근무하는 부서라서 휴가를 쓰는 데 서로 눈치가 보이기도 하지만 선ㆍ후임 관계없이 꼭 필요한 사람이 우선적으로 휴가를 쓸 수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디딤365는 ‘행복지원실’이라는 특별 부서가 있다. 직원들의 민원을 받는 곳이다. 일반 회사에선 인사나 경영지원실 내부에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지만 직원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따로 부서를 뒀다. 무언가를 물어보기가 애매한 신입사원 사이에서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회식보다는 자기계발을 선호하는 직원들을 위해 그 비용을 80만원 상당의 복지 포인트로 환산해 다양한 곳에서 쓸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매출 100억원 달성 기념으로 전 직원에게 260여만원의 인센티브가 제공되기도 했다. 장민호 대표이사는 “일반 회사에도 다녀봤고 벤처기업에서도 일해보면서 기업에서 성과가 좋았는데도 ‘이렇게 일해서 지속 가능한 삶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사람이 우선이 되고 지속 가능한 일을 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어 창업했기에 일생활균형제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더 빨리 직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없었어서 미안한 마음”이라며 “앞으로는 회사 내ㆍ외부적으로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을 지원해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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